하루 사이에 지쳐버려서 쓸까 말까하였지만 간단히 정리해 두기로 했다.
정리하는 취지는 특정인에 대한 비판, 비난 관심없고, 미아리에 점집 차린 사람도 아니니 맞춰 보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정말 출시되기를 바라는 잠재 고객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출시를 압박하기 위해 우리 소비자들이 균형잡힌 시각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관련하여, 블로그/트위터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사람의 의견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대할 때는 어느 매체나 마찬가지겠지만, 그 사람이 이해 관계자냐 아니냐를 우선 비판적으로 검토했으면 좋겠다.
참고로, 본인은 이전 이통사 근무하였으며, 일본에 가 있는 동안 아이폰 3G를 사용, 현재 한국에 돌아와 향후 18개월 가까이 그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에 있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지금은 그냥 카메라, GPS 달린 아이폰 터치로 쓰고 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야근하고 와서 피곤하니 구구절절 말고 핵심만…
0. 아이폰은 매니아 타겟의 고가 스마트폰 단말이다.
아이폰은 우선 비싸다. 200불/300불 하는 건 대부분 이통사의 2년 약정이 끼어있다. 내가 산 8기가 단말도 무약정으로 사면 6만엔대 후반 금액이었다. 또한 데이터 정액제를 포함했을때 매달 이용료가 10만원 안팍일 것이다. 애플을 좋아하고 맥을 사랑하는 블로거/트위터 커뮤니티에서는 대중적일 지 몰라도, 아직은 절대 대중적이 될 수 없는 단말이다.
1. KT가 아이폰을 출시하면 SKT나 LGT의 고객이 대거 이동할 거라는 건 허구다.
한국시장은 장기간 SKT:KT:LGT=5:3:2 의 시장점유율이 유지되고 있는 시장이다. 최근 SKT의 50% 점유율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급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이폰은 아직까지는 얼리어답터용의 고가 스마트폰이다. 이런 단말이 많이 팔리지 않는다는 건 너무 자명하다. 긴말 할 것없이 이에 대해서는 옆나라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료를 보면 된다. 일본 역시 이통사의 시장 점유율이 한국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다. 소프트뱅크는 3위 사업자로 아래 자료를 보면 최근 점진적으로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아이폰이 출시된 게 작년 7월이고 소프트뱅크의 상승세가 그 이전부터 지속되어 온 것을 보면 아이폰이 큰 영향을 미췄다고 보기 어렵다.
소프트뱅크 판매 실적 자료 : http://tinyurl.com/lernwd
해당기간 일본에서 살아본 사람은 알테지만, 소프트뱅크와 애플 양쪽에서 아이폰 광고 참으로 많이 집행했다. 일본은 개별 단말별로 광고가 한국처럼 없는 나라다. 그렇게 마케팅을 했어도 시장 파괴적인 영향은 주지 못했다.
소뱅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는 건 학생대상 할인 등 요금제 플랜에 힘입은 바 크다. 이통시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단말기가 아니라 요금제가 번호이동의 주요 요인임을 알거다.
참고로, 내가 아는 바 국내 이통사의 1년 신규 판매 대수가 SKT의 경우 700만대 안팍이니까, KT라면 500만대 정도일 듯. KT 500만대 중 1%를 아이폰이 차지한다고 해도 년 5만대다. 1%가 적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고가 스마트폰 단말의 한계가 있다. 년 5만대로 4000만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2. 대한민국에는 초강력 글로벌 단말 제조사인 삼성과 LG가 있다.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전세계에서 자국 제조사가 이렇게 강하게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흔히들, 이통사-단말제조사의 관계가 갑-을의 관계로 이통사가 절대적으로 우위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가령 삼성전자가 SKT와의 갈등이 있어 이슈가 되는 특정 단말에 대해 KTF만 출시하겠다고 하면 SKT는 물먹는 꼴이다. 이건 길게 말할 것 없이 예전에 KTF가 스카이에 대해 가졌던 불만 등을 생각하면 알 것이다. 이통사는 좋은 단말의 공급 없이는 기본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가 없다.
이런 사실은 이통사가 애플과 어떤 계약을 맺건 그 계약은 다른 업체와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SKT나 특히 KT 모두 정부와의 관계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사업자로, 이는 공정 경쟁의 이슈가 된다. 즉 삼성이나 LG 등 자국 업체에게도 똑같은 조건 아니 자국 업체이므로 더 좋은(=이통사에게는 불리한) 조건을 앞으로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반면 이웃 일본의 경우, 강력한 단말 제조사가 없다. 샤프 파나소닉 같은 굴지의 전자 업체도 이통사가 정해주는 스펙대로 단말을 생산/납품하는 수준이다. 이통사가 훨씬 강력하다.
3. 아이폰사업은 이통사에게는 독이 든 잔이다.
SKT나 KT의 연차 보고서를 봐보면 알겠지만 양사 모두 매출에 있어 망사업이 아닌 데이터 사업의 비중이 늘고 있고, 수익성 또한 그쪽이 좋다. 따라서 양사 모두 그쪽으로 사업을 발전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음악 사업이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아이폰은 어떤가?
일본에서 아이폰을 써본 바로 이통사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너무나 명확하다. 데이터 정액 요금제와 음성통화료의 합계. 다시 말해 순수 망사업인 것이다. 부가가치가 별로 없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어플리케이션이 아무리 팔려도 이통사에게는 한푼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 결제도 독자적 신용카드로 돈의 흐름도 이통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 이통사로선 자기의 미래 밥벌이를 자기가 손수 영업해서 내주는 것이다.
그래도 소프트뱅크나 해외 이통사들이 진행하는 목적은 단하나, 소위 고ARPU 고객을 장기간 확보하는 데 있다. 월 10만원 고객을 최소 2년 동안 묶어둘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이통사는 협소한 시장의 한계로 덩치를 늘리기보다는 이익률을 신경써야 하는 현실이다. 양사 모두 그간의 번호이동 및 3G 경쟁으로 이익률이 악화 일로에 있는 상황에서10만명도 넘지 않는 고ARPU 고객의 확보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참고로 소프트뱅크는 원체 돈없는 학생들 대상 사업자라 고 ARPU고객이 정말 절실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앞서도 얘기한 삼성과 LG, 특히 삼성전자는 오래전부터 자사 단말을 이용한 데이터사업을 호시탐탐 노려왔다. 어쩌면 그동안 이통사는 이를 간신히 견제해 왔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업계 관계자가 아니면 모른다. 이 치열한 긴장 관계를.) 만약 1% 더 팔기 위해 애플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공정 경쟁 논리상 시장의 50%(이건 모르겠다)나 차지하는 삼성에게 데이터사업 참여 기회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건 정말 이통사로선 죽음과도 같은 상황일 거다.
4. 단말 유통과 관련된 문제
이 땅의 맥유저들이 알다시피, 애플은 직영점 하나 내고 있지 않다. 또 핸드폰은 아이팟이랑 다르다. 하루라도 고장 시간이 길어지면 고객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준다. 다시 말해 AS가 훨씬 민감하다는 이야기다. AS를 하나의 예로 들었지만 어쨌든 애플이 한국 시장 (게다가 전세계 대상 사업자인 애플 입장에서는 정말 작은) 진출을 위해서는 애플 또한 비용을 들이지 않을 수 없을 거다. 최소 AS 직영점 하나는 세워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애플도 비용을 들이려면 최소한 한국 시장에서 수익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거다. 결과적으로 애플은 이통사에게 최소 단말 판매 보장(=물량 개런티)를 요청해야만 할 것이다. 이건 간단히 말하면 뭐냐하면 이통사가 단말을 유통하는 데 있어서 선구매를 해주는 거다. “그래 5만대 먼저 돈쳐주고 사줄테니 납품해라.” 이번 WWDC를 앞두고 왜 해외에서 아이폰의 가격이 떨이로 나왔을까? 그건 이통사가 가지고 있는 개런티 물량을 소진해야 되기 때문이다. 신규 단말이 나오면 안팔릴게 뻔한 재고를 정리해야 하는 차원이다. 만약 개런티같은 것이 없다면 다시 말해 재고가 없다면 이통사에서 그렇게 떨이로 팔아치워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런 식으로 이통사는 그 동안 삼성/LG 등의 이슈 단말을 가져오기 위해 제조사에 물량 개런티를 해왔다. 울며 겨자먹기다. 반대로 제조사 입장에서는 자사의 단말을 개런티 물량에 집어넣기 위해 총력을 펼치는 건 당연하다. 어차피 이통사의 단말 구매를 위한 예산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애플 아이폰을 5만대 구매해 주려면 삼성이나 LG 단말의 개런티를 줄일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런데 보자. 삼성/LG단말을 팔면 벨소리도 팔 수 있고, 멜론/도시락 통해 MP3도 팔고 게임도 팔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은 그런 거 없다. 그리고 삼성/LG도 호락호락 자기 개런티 깎이는 것 보고 있을 리 없지 않은가?
5. 그 밖에도 여러가지 자잘한 이슈들이 있지만 위에 사항들 보면 너무 하찮아서 언급할 가치도 없다.
…….
요약하면, 한국 이통 시장은 여러 강력한 사업자들(+사실은 정부)의 영향력이 보이지 않게 혼재/충돌하는 시장이다. 이런 상충하는 이해 관계를 애플 아이폰을 위해 재조정해야 할 만큼 아이폰이 시장 파괴적이지도, 이통사에 큰 수익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더우기 어쩌면 가장 재미를 보게 될 애플의 경우에도 작디 작은 한국 시장(이건 그동안 한국의 맥유저를 대해온 애플의 입장을 보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듯)을 위해 전세계적 비즈니스 룰을 깨가면서 들어오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협상이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SKT/KT 모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걸 가지고 정말로 단말을 들여오고 싶어서, 열망이 그득해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통사에게 단말 공급이란 기자의 낙종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기자의 낙종이란 뭐냐 하면 다른 신문에서는 다 취재해 갔는데 특정 신문만 취재에 실패해서 기사화되지 않은 걸 말하는데, 흔히 그 판에서는 특종을 잡으려는 것보다는 낙종을 피하는게 중요하다는 모양이다. 마찬가지로 이통사도 이슈 단말이 경쟁사에만 출시되는 것은 원치 않는 거다. 사업적으로 재미없는 단말이지만, 낙종은 피하고 싶은 심리랄까.
협상을 계속 하고 있다고 함으로써 상대 이통사를 긴장시키고는 있지만 쉽사리 합의점이 찾아지지 않는, 어쩌면 합의가 안되도 그만인 협상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계속 떡밥들도 나오는 거고. 고객을 떠보는 게 아니라, 상대 이통사를 떠보는 건지도 모른다. 왜 경영학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나? 과점시장 참여 사업자가 언론 등을 이용해서 교묘하게 담합을 형성하는 그런 방법.
끝으로, 스마트폰 보급이 점차 확대되는 시장에서 이통사로서도 언제까지나 무선 인터넷이나 데이터 사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통해 수익을 기대하는 사업방법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왜 SKT도 앱스토어니 한다고 하지 않는가? 아마 그런 분야에서 답을 찾지 않는 이상 아이폰은 풀기 쉬운 문제는 아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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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 써내리느라 비문/오타 많을 것으로 예상. 어차피 방문자수 따위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버려진 tumblr의 읽히던 안읽히던 상관없는 글이라.